퍼지고 번지고 스며드는 것들을 좋아해서 수채화와 애니메이션을 만듭니다.
꽃잎이 감싸 올리며 곡선을 만든다.
겹겹이 말려 올라간 선과 빛의 번짐은 식물이 스스로 방을 짓듯 은밀한 공간을 만든다.
그 안에서 보이지 않던 생명의 질서가 드러나고, 침묵 속에서 자라나는 고요한 힘을 마주하게 한다.
캔버스에 남겨둔 빈 자리는 관람자의 상상으로 채워진다.
그림은 하나의 풍경이자, 각자의 기억과 감정이 스며드는 또 다른 풍경이 된다.
이 작품은 작가의 것이면서 동시에 관람자의 것이 된다.
쓰레기통에서 버려진 나무 판자를 주워 다시 의미를 부여하고자 했다.
예술은 쓸모를 다한 것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나무는 캔버스와 달리 수채화를 스며들게 하며 그리는 이와 교감한다.
물의 농도와 나뭇결에 따라 색이 달리 번지며 터치의 영향력이 커진다.
결을 따라 파내고 색을 입히는 과정은 살아 있는 나무의 숨결을 표현한다.
곰팡이가 피어버린 고립된 숲.
그곳은 더 이상 생명의 안식처가 아닌, 낯설고 불가해한 세계로 변모한다.
부유하는 안개와 스며드는 색채는 부패와 재생이 맞닿아 있는 순간을 드러낸다.
작품은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에서 영감을 받아, 파괴와 치유가 공존하는 숲의 신비로운 긴장감을 화면 위에 펼쳐낸다.